아들의 편도 절제 수술로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수술을 권하셨던 치과의사 선생님께서는 의사들 사이에서는 ‘알감자캐기’라고 불릴 정도로, 레지던트들도 할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수술이라고 하시며 걱정을 덜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수술을 해 본 경험도, 누군가의 수술의 과정을 지켜본 경험도 없었기에 더욱 긴장되고 여러 생각들이 교차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입원 수속 절차를 마치고 병실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병실을 지켜야하는 보호자로서, 남편 앞에서는 애써 괜찮은 척, 걱정말고 얼른 가라고는 했지만 누군가 콕 찌르면 왈깍 눈물이 쏟아질 정도의 긴장과 두려움과 떨림으로 부풀대로 부푼 마음이었다고나 할까요? 수술을 받아야하는 아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으려 열심히 참아내기는 했습니다.
입원 후 A~Z까지 친절하게 안내 사항을 전하는 간호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어지는 사전 검사검사에서 의사선생님을 만나면서, 그리고 수술 동의서, 마취 동의서를 작성하면서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온 수술을 마주해야했습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비해 평소처럼 해맑은 아들의 모습에 초조함을 잠시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워낙 밥에 진심인 아들이라서 병원밥도 아주 잘 먹었고, 같은 병실에 배정된 10살 동생과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양 금세 친해져서 웃고, 농담도 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아들은 먼저 잠이 들었습니다. 잠을 자는 아들의 모습을 오랜만에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코로 숨을 못 쉬는 듯한 모습, 입을 잠깐 벌려보니 혀가 앞쪽으로 쏠리듯이 나온 모습까지.
그동안 많이 불편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온 것이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 마주했던 다양한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엄마보다 ‘보호자’라는 의미로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지금의 순간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얻게 된 내 이름 세 글자,
거기에 더해진 나를 표현하는 수많은 이름들.
딸, 동생, 아내, 엄마, 친구, 며느리, 선생님, 아줌마 •••.
그리고 보호자라는 이름.
누군가의 보호자라는 타이틀은 다른 이름들보다 더 많은 책임감과 절제, 포용력, 관대함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그 타이틀을 감당하기 위한 내면을 컨트롤하는 연습, 정신 승리를 위한 연단이 필요함을 지금의 이 시간을 통해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몇 시간 후 다가 올 수술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낼 것인지 아직도 생각이 많지만, 보호자로서 든든하게 그의 곁에서, 마음 가까이에서 함께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해 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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